연극 점봇바바라




4월의 첫 일요일에 극장 동국에서 연극 점봇바바라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제4회 무죽 페스티벌의 5개 참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무죽은 무대에서 죽을란다의 줄임말이고 2015년부터 시작된 창작극 페스티벌이다.
극장 동국이 주최하고 극단 신인류의 대표 최무성 배우가 총제작을 맡고 있으며
디딤돌, 성난발명가들 등 창작극을 위주로 활동하는 극단들이 참여하고 있다.
1회 때에는 배우, 2회 때에는 청춘, 3회 때에는 자유와 의지가 주제였고
올해에는 미래를 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날은 점봇바바라의 막공(마지막 공연)이었는데
좌석이 만원이라서 무대 위 가장자리에까지 보조석이 마련되었다.



연극 점봇바바라는 극단 디딤돌 제작, 임대일 작/연출이고 공연시간은 65분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현일 역 박현일, 엑스 역 박한솔,
바바라 역 이은선, 로봇 역 윤석호, 지우 역 임지우 배우였다.


2048년 화성으로 향하는 이주민들을 태운 우주선 안이 연극의 배경이고
인간과 구별이 되지 않는 로봇이 등장한다.
30년 후에 정말로 화성으로의 이주가 가능하고 인간과 똑같은 로봇이 등장할 거라고 상상하기는 쉽지 않지만
오늘날 일상화된 컴퓨터나 휴대폰을 생각해 본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세상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평화롭던 우주선 안은 빅데이터 분석가 바바라가 등장하면서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뛰어난 분석력 때문에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까지 받는 그녀는
이 우주선 안에 인간으로 위장한 로봇이 두 개 탑승하고 있으며 그들 때문에 모두가 죽을 거라고 경고한다.
관리관 현일은 로봇이 테러를 일으킬 거라는 정보가 있었다며 바바라의 의견에 동조하여 로봇 색출을 시작한다.

로봇이 등장하고 외계인이 등장하고 시간을 넘나드는 미래를 상상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상상하는 창조력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커다란 힘일지도 모른다.
그 상상력에 의하여 인간은 수많은 발명품을 창조해냈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왔다.
연극 점봇바바라에는 인간과 똑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믿는 로봇이 등장한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여주인공 바바라는 로봇이다. 점봇이란 점을 치는 로봇을 줄인 말인 것 같다.
바바라가 로봇이란 걸 암시하지 않는 편이 
나중에 실체가 밝혀졌을 때 재미를 더 줄 수 있으므로 제목은 바꾸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주민들 틈에 섞인 로봇을 색출하는 과정이 연극의 주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완전히 관객참여형 구조를 취하고 있었다.
바바라가 로봇으로 의심되는 관객을 지목하면 관리관이 그 관객을 무대로 끌고 나와서 검색기계 앞에 세운다.
판정결과가 로봇이냐 인간이냐에 따라서 관객이 취해야 하는 액션이 다르게 요구되었다.
개인적으론 이런 강압적인 관객참여형 방식은 선호하지 않는다.

인간과 너무나도 흡사한 나머지 로봇 스스로가 자신을 인간이라고 믿는 일까지 벌어지게 되는 미래에는
시간이 지난 후에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로봇이라는 걸 알게 되면 실의에 빠져서 자폭을 하거나
로봇을 만들어낸 인간을 혐오하게 되어 창조주에게 도전하는 이가 생겨나게 될지도 모른다.
연극 점봇바바라는 이처럼 A.I.(인공지능)가 일상화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시사하는 작품이었다.

연극 후반부에 작은 사고가 있었다.
관리관 엑스 역 박한솔 배우가 바바라 역 이은선 배우를 내팽겨치는 장면에서
여배우가 넘어지면서 무대 후방에 놓여있던 의자 좌판 모서리에 턱을 부딪힌 것이다.
소극장이라서 쿵하는 소리가 객석 전체에 울려퍼졌고 관객 중에는 혼잣말로 놀람과 걱정을 발하는 이도 있었다.
무대 위의 측면 보조석에 앉아 있었기에 여배우가 고통을 참다못해 흐느끼는 소리를 고스란히 들을 수 있었다.
바바라는 의자에 상체를 엎드린 채 기절한 상황이었지만
여배우의 흐느낌에 어깨가 들썩이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TV나 영화 촬영장이었다면 진행을 중단하고 부상을 치료했겠으나 연극이니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포토타임 때 보니 이은선 배우의 턱에는 생채기가 나 있었고 피부도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부상 투혼에 박수를 보내며 배우들이 연기하다 다치는 일 없기를 바란다.



공연 후 포토타임.

박현일 배우는 넉넉한 풍채처럼 편안한 연기를 보여주었고
이은선 배우는 광기와 푼수기가 혼합된 캐릭터를 보여주었고
박한솔 배우는 또렷한 이목구비처럼 개성 강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